명작은 명작 " 캐논 6D " 후기
카메라에 처음 입문하게 된 것은 대학에서 '사진과 디자인' 강의를 듣게 되면서이다. 당시의 필자는 다소 스마트폰 만능주의에 가까워서 " 요즘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다 찍을 수 있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디자인을 위한 이미지를 얻기 위한 강의로, 카메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배우게 되었는데, 당시에도 연식이 있었던 소니의 보급형 미러리스, A5000으로도 카메라 자체에 대한 재미를 붙이기 충분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 거기에 렌즈 교환식이라는 특징까지 지닌 카메라 A5000. 보급형 제품이기에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단점 보다도 장점을 볼 수 있다면 매우 매우 훌륭한 카메라라 생각한다. 하지만, 다이얼, 버튼 등의 조작부가 매우 부실하다. 보급형으로서 일반 사용자를 위한 기능에 충실하지만, 폭 넓은 조작성은 기대할 수 없는 구조이다.

강의가 끝난 뒤에도 A6000, Lx100 m2 등 여러 카메라를 써보며 즐거운 사진 생활을 즐기면서도, 당연하게도 풀프레임 카메라에 대한 열망이 높아졌고, 지금에 와선 값이 싼 과거의 DSLR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리게 된 카메라가 바로 캐논의 6D이다.
중고 마켓도 돌아보며 여기저기 발품 팔아보며 매물을 구해보려 했으나, 연식도 오래되었고, 상태가 안 좋은 것들이 많아 고민하던 찰나에, 가족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가게 되었다. 일단 카메라는 접어두고, 볼거리를 찾아보는데 한창 카메라를 파고 있을 시기여서 그런지 유독 눈에 띄는 장소가 있었다.
키타무라 카메라
일본의 거대한 중고 카메라점이다. 캐논, 니콘, 소니 등 여러 유명한 카메라 브렌드들이 전부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인지, 카메라 매장이 다양했고 규모도 거대했다. 그중에서도 마침 여행 목적지인 도쿄의 시부야에 위치한 키타무라 카메라가 있어 적극적으로 노려보고자 했다.


진열장에는 시대를 불문하는 여러 카메라들이 주우우우우욱 늘어져 있어 구경하는 것만 해도 재미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둘러보던 중, 노리고 있던 6D가 한 구석에 전시되어 있었다. 각 카메라마다 명패가 있는데, 제품의 가격, 중고품의 자세한 상태와 기능상의 설명들이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그중 " 뷰파인더 내 작은 먼지 " , "외관상 작은 상처"가 적힌 물품을 고르게 되었는데, 실제로 살펴보니 상태가 매우 좋았다. 내부 먼지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먼지였고, 눈에 띄지 않는 자국이 있을 뿐 척 보기에도 양품이었다.
그렇게 바로 6D 바디 단품과 캐논의 EF 50.8렌즈를 구매하러 달려갔다. 일본어가 조금 가능했기에 결제해 주시는 점원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한국에서의 라이카는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라이카야 한국에서도 사진쟁이라면 누구나가 원하는 카메라였기에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매우 만족하시는 표정을 지으시던 게 기억난다. 라이카는 필자도 한 번쯤 다뤄보고 싶은 카메라였기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결재를 하면서 면세를 물어보셨는데, 따로 면세는 하지 않았다. 면세로 구매한 물품은 현지에서 사용하면 안 되었기에, 일본여행 스냅을 포기할 수 없어 가격 그대로 구매했다. 약 40만 원 중반에 구매하였는데, 면세를 받으면 상태에 비해 확실히 저렴한 가격이다. 일본 내수용이라 일본어, 중국어, 영어만 설정 가능했는데, 카메라 기능이야 다 똑같기 때문에 영어로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이렇게 구매할 경우 국내 as는 불가능하지만, 이미 황금기를 떠나보낸 카메라이다 보니, 그리 큰 상관은 없었다.

매장에서 나오자마자 근처 카페로 달려가 허겁지겁 포장을 풀어해치고 둘러보며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계속 만지작 거리며 여행 내내 필자의 목에 걸려있던 카메라.

그렇게 연을 맺으며 지금까지 함께하는 중인 6D. 정말 애정을 가지는 녀석이기에 서론이 길어졌다. 빨리 6D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간단 스펙
센서크기 : 풀프레임
유효화소 : 2020만 화소
프로세서 : DIGIC 5+
초점영역 : 11개 (크로스 1개)
최고 ISO : 25600 (확장감도 102400)
최고 셔터스피드 : 1/4000초
초당 연사 : 4.5매
무게 : 755g
6D는 캐논의 풀프레임 중급기로, 셔터스피드 1/8000을 지원하지 않는 것, 현재로선 아쉬운 초점영역을 지니고 있지만, 크게 모날 것 없는 성능이다. 당시로서도 노이즈 제어가 탁월해 ISO를 어느 정도 올려도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기에 저조도 상황이나 야간에서도 충분히 사용 가능한 카메라이다. 적당한 중고 가격으로도 풀프레임을 느껴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

외형

우리가 기억하던 그때 당시의 DSLR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시커멓고 단단한 모습에 어딘지 모르게 신뢰가 가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지금에 와선 DSLR로서는 특이할 것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전면부에는 크게 튀어나온 그립, 캐논의 EF마운트, EOS 6D의 마크, 렌즈 탈착 버튼, AF 보조등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상단부의 큼지막한 캐논 마크가 우릴 반겨준다. 누가 봐도 캐논 카메라임을 알려준다. 그 외에도 렌즈 마운트 주변에 심도 미리보기 버튼이 존재한다. 버튼을 누르면 렌즈 조리개가 작동해 지금 설정된 조리개값으로 어느 정도의 심도, 아웃포커싱을 가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셔터 버튼 위 쪽에 카메라 세팅을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이 달려있다.

상단부에는 큼지막한 모드 다이얼과 그 밑에 존재하는 전원 스위치, 외장 플래시와 마이크를 장착 가능한 핫슈, 설정에 바로 접근 가능한 버튼과 현재 세팅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액정이 존재한다.

벌브, 매뉴얼(수동조작), Av(조리개 우선), Tv(셔터스피드 우선) P(프로그램 자동) 모드 외에도 다양한 상황에 대응 가능한 자동 모드, 유저가 직접 설정한 세팅으로 빠르게 변경 가능한 커스텀 모드가 1, 2 탑제되어 있다. 모드 다이얼 밑에 전원 스위치가 있는데, "오른쪽 셔터 주변에 위치했으면 더욱 좋았을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원을 켜기 위해선 반 강제적으로 두 손 파지를 요구한다. 한 손으로도 쉽고 빠르게 전원을 켜고 끌 수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거슬리는 부분이다.

상단부 왼쪽에는 다섯 가지 버튼들과 설정값을 확인 가능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다섯 버튼은 왼쪽에서 순서대로 AF모드 변경, 단일/연사등의 촬영 모드, ISO 값 변경, 측광 방식, 야간에도 디스플레이를 확인하기 위한 조명 버튼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액정에 익숙해지면 꽤나 편한게, 필수적인 세팅 값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야간에는 후면 LCD 액정에 눈뽕을 당하는 일이 자주 있는데 그럴 필요 없이 조명 버튼만 눌러주면 아주 편하게 확인 가능하다.



왼쪽 측면에는 장노출을 위한 셔터 릴리즈, 마이크 장착을 위한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외에도 외장 모니터에 연결 가능한 미니 HDMI 단자, 파일 전송을 위한 mini usb 단자가 위치하고 있다. 오른쪽 측면에는 sd카드 슬롯이 있다. 출시된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기본적인 방진, 방적을 위한 테이핑, 폼 처리들의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하단부에는 삼각대등의 액세서리등을 장착 가능한 나사홀이 있다. 배터리실 또한 하단에 위치하고 있는데, 배터리 커버에도 방진, 방적을 위한 씰링처리가 되어 있다. 이 커버는 탈착 가능한 스위치가 있어, 커버를 분리하고 세로 그립을 장착할 수 있다.

후면부에는 메뉴 진입 버튼과 디스플레이 정보를 띄워주는 인포 버튼이 보인다. 그 옆에는 통상적인 뷰파인더가 존재한다. 97% 정도의 시야율을 가진 뷰파인더로, 나머지 3%가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그 외에 동영상과, 라이브 뷰로 전환 가능한 스위치, 초점과 노출을 고정하기 위한 버튼들이 존재한다. 사진 감상, 확대 버튼, 퀵메뉴 버튼과 후면 다이얼, 세로 그립장착을 위한 LOCK 레버 등등 있을 것들은 충실하게 자리 잡고 있는 조작부를 보여준다. 물론 당대 상급기들에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점들은 느껴진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6D를 살펴보았다. 스위블 액정의 부재라던지, 바디 손떨림 방지라던지, 요즘 등장하는 최신 미러리스들에 비하면 당연히 부족한 부분들이 많은 카메라이다. 하지만, 사진을 공부하기 위함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위한 필수적인 기능들은 충실하게 탑재되어 있어 지금 사용하여도 손색이 없는 카메라라고 생각한다. 상태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중고 가격도 최신형 카메라들에 비하면 몇 배 이상 저렴한 가격이기에, 사진을 배우고 싶다던가 한 번 풀프레임 카메라를 느껴보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EF 마운트 렌즈군에는 이미 검증된 렌즈들이 많고, 지금에 와선 가격도 많이 저렴해진 상태이기에 렌즈를 선택하고 구매하는 것도 괜찮은 상황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중고 거래를 해야 하지만 말이다.

캐논 EF 마운트에는 좋은 렌즈들이 많다. 백통 가족 중 가장 하위 라인업인 EF 70 - 200 F4 L렌즈는 중고로 30 -40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200mm 망원의 낭만을 40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부분. 외에도 캐논 EF 마운트의 국밥인 EF 50mm F1.8, 흔히 신쩜팔이라 불리는 렌즈는 10만 원 내외로 구매가 가능하다. 비교적 값싸고 양질의 렌즈를 많이 가지고 있는 EF 마운트. 굳이 6D가 아니더라고 5D mark 2,3 등 상태 좋은 물건들을 구할 수 만 있다면 충분히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신 기종들의 여러 편의 기능들이 없다거나, 연식이 오래된 중고품에 대한 문제점 또한 만만치 않은지라 구매에는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카메라에 100, 200만 원씩 투자하는 것이 부담이라면 사실 이만한 선택지가 따로 없다.
필자가 6D를 구매한 이유에도 풀프레임에 대한 욕망이 첫 번째였지만, 과거의 명기들을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지금은 드물지만, DSLR의 시절, TV나 인터넷을 통한 카메라 광고가 매우 많았던 적이 있다. 그 시절에 성장했던 필자가 생각하는 '카메라'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 바로 DSLR의 모습이다. 어린 시절 꿈에나 그리던 고가의 카메라들을 이제야 만져보니 감회가 더욱 새롭다. 지금도 늘 가지고 다니는 카메라 중 하나이자, 지금까지 사진 생활을 이어가게 해 준 여러모로 고마운 녀석이다.
필자의 첫 캐논 카메라이기도 했는데, 이 '캐논'이라는 이름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 당시 소니의 A6100을 사용하고 있던 필자를 캐논으로 넘어가게 해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캐논이라는 어감 때문에 영어 단어로 생각하게 되는데, 캐논 카메라의 원래 이름은 '콴논 ( Kwanon ) 카메라'이다. 불교에 등장하는 '관세음보살'의 관세음을 뜻하는 '관음 ( 観音) '의 일본어 발음이다. 이러한 콴논 카메라가 해외 수출에 있어서 불색이 굉장히 짙은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에 우려가 생겼고, 그로 인해 비슷한 발음을 가진 지금의 캐논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불교인이자 캐논의 설립자인 '요시다 고로'의 영향을 받아, 관음보살의 자비에 힘입어 세계 최고의 카메라가 되었으면 하는 염원이 담긴 이름이라고 한다. 이 일화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 '보살의 이름을 가진 카메라'라는 점이 당시 필자의 마음을 강하게 흔들었다. '관세음보살'은 불교에서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으로 중생들을 고통으로부터 보살피는 보살의 이름으로, '천수천안 관자재보살'이라고도 불린다.
천수천안 보살의 이름을 가진 캐논, 지금에 이르러선 캐논 카메라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찰나를 남기는 사용자의 수는 천수천안 정도를 아득히 넘는다. 카메라에 큼지막하게 박힌 보살의 이름으로 사진을 찍고 있자니, 나 또한 그들 중 일부가 된 느낌이 들게 된다. 참 묘한 기분이다.
개인적으로 ' 6D'는 참 애정하는 카메라였기에 글이 많이 길어졌다. 캐논빠스러운 면모도 많이 보이게 되어 다소 민망하기도 하지만, 딱히 캐논을 찬양하는 것은 아니고, 긴 시간 동고동락 해준 6D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이기에 다소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당시 카메라를 구입하고 일본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들과 함께 글을 마치겠다.








